"노루와 들사슴을 두고 부탁한다"는 표현의 의미
아가서에서 "노루와 들사슴"을 두고 부탁하는 표현은 아가서 2장 7절, 3장 5절, 8장 4절에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대표적으로 아가서 2장 7절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예루살렘 딸들아 내가 노루와 들사슴을 두고 너희에게 부탁하노니
내 사랑이 원하기 전에는 흔들지 말고 깨우지 말지니라.” (개역개정)
이 구절은 매우 시적인 표현이며, 고대 근동의 시 문학 구조 속에서 그 상징성과 문학적 장치로 이해해야 합니다. 의미를 몇 가지 층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1. 문학적 장치 – 엄숙한 맹세의 방식
고대 근동에서는 하나님이나 자연의 중요한 존재를 두고 맹세하거나 부탁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노루와 들사슴"은 사랑의 아름다움과 순수함을 상징하는 자연의 존재들로, 이들을 증인 삼아 엄숙한 맹세를 요청하는 것입니다. 즉, 시인은 "이 사랑은 억지로 깨워질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원할 때 깨어나야 한다"는 점을 진지하게 당부하는 것입니다.
2. 사랑의 타이밍에 대한 교훈
"내 사랑이 원하기 전에는 흔들지 말고 깨우지 말지니라"는 부분은,
사랑은 억지로 조급하게 만들 수 없고,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영적 해석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즉, 그리스도와 성도의 사랑도 인간의 타이밍이 아닌 하나님의 때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고 보는 해석이 있습니다.
3. 노루와 들사슴의 상징성
노루와 들사슴은 히브리 시문학에서 자주 사용되며, 섬세하고 민감하고 쉽게 놀라는 존재입니다. 사랑의 감정도 그것과 같아서 거칠게 다룰 수 없고, 부드럽고 세심하게 대해야 하는 것임을 암시합니다.
4. 신학적/영적 해석 (전통적/그리스도 중심적 해석에서)
그리스도를 신랑으로, 교회 또는 성도를 신부로 해석하는 전통적인 해석에서 이 구절은 다음과 같은 의미로도 받아들여집니다:
- 성령의 역사, 또는 사랑의 감정과 헌신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조작해서 만들 수 없고,
하나님의 주권적 은혜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랑의 감정을 억지로 유도하려 하지 말고,
하나님의 때를 신뢰하며 기다리는 태도를 가지라는 교훈.
요약
"노루와 들사슴을 두고 부탁한다"는 표현은 사랑이 억지로 강요되어서는 안 되며,
순수하고 조심스럽게, 자연스러운 타이밍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시적인 경고와 권면입니다.
이는 인간 사랑의 본질뿐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원칙을 시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