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세계관

자끄 엘룰(Jacques Ellul)의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원제: Présence au monde moderne, 영어: Presence in the Modern World)

shadowlands 2025. 4. 24. 07:32

자끄 엘룰(Jacques Ellul)의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원제: Présence au monde moderne, 영어 제목: Presence in the Modern World)은 그가 1940년대 후반에 발표한 글을 엮은 책으로, 그리스도인이 현대 세계 속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신학적이고 사회비판적인 관점에서 성찰한 작품입니다. 엘룰의 주요 관심사인 기술 사회, 세속화, 정치, 공동체, 진정한 자유와 같은 주제들이 이 책에서도 일관되게 드러납니다.


 

1. 그리스도인의 "현존"(Presence)에 대한 강조

엘룰은 그리스도인이 단순히 '세상으로부터 구별되어 살아야 한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그리스도인이 세상 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되, 세상과 동일시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것을 그는 "현존(Presenc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고통과 불의에 무관심한 ‘종교적 도피주의자’가 되어서는 안 되며,
  • 동시에 세상의 가치체계에 순응하는 ‘세속적 동화주의자’가 되어서도 안 됩니다.
  • 대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존재로서, 이 세상 한가운데서 하나님 나라의 방식으로 살아야 합니다.

2. 기술 사회와 세속화에 대한 비판

엘룰은 기술이 인간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고, 인간의 선택과 책임을 마비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기술 중심 사회에서:

  • 인간은 효율성과 기능성만을 추구하게 되고,
  • 윤리적, 영적 성찰은 주변화됩니다.
  • 그리스도인은 이에 저항하고, 비기술적이며 인간 중심적인 가치를 회복해야 합니다.

3. 교회의 역할과 정체성

엘룰은 교회가 세상 속에서 ‘구별됨’과 ‘참여’라는 긴장 속에 서야 한다고 봅니다.

  • 교회는 세상과 다른 질서, 즉 은혜와 진리의 질서를 실현하는 공동체여야 하며,
  • 동시에 세상 속에서 이웃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섬김과 연대의 공동체여야 합니다.
  • 교회는 정치적 권력이나 제도와의 결탁을 통해 영향력을 확보하려 하기보다는, 예언자적 비판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4. 행동과 증언

엘룰은 그리스도인의 삶이 단지 개인적 ‘경건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 믿음은 반드시 행동으로 나타나야 하며,
  • 그 행동은 세상에 대한 증언(witness)이 되어야 합니다.
  • 이 증언은 말로만이 아니라, 세속 가치에 반하는 삶의 방식으로 드러나야 하며,
  • 사랑, 정의, 희생, 용서와 같은 복음적 가치들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삶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5. 긴장 속의 삶: Already & Not Yet

엘룰은 종말론적 관점을 강조하면서, 그리스도인은 이미 하나님 나라를 맛보았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세상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긴장된 삶을 산다고 봅니다.

  •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삶은 늘 긴장 속에 있으며, 안주하거나 체념해서는 안 됩니다.
  • 그는 이 긴장을 도피하지 않고 믿음으로 견뎌내고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제자도라고 봅니다.

요약하자면: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은 자끄 엘룰 특유의 날카로운 시대 비판과 신학적 통찰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세상과 맞서고, 어떻게 세상 안에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제공합니다.

엘룰은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노력보다, 세상 가운데서 하나님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었고,
이러한 자세가 진정한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믿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