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자신을 "인자(人子, Son of Man)"라고 자주 지칭하신 것은 신약성경 전체에서 매우 중요한 신학적, 구속사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호칭은 단순히 "사람의 아들"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구약의 배경과 예수님의 사역, 정체성, 그리고 종말론적 권위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아래에 성경적인 맥락을 바탕으로 간단히 설명해 드릴게요.
1. ‘인자’의 기본적 의미
- 히브리어로는 ben adam (사람의 아들)이고, 헬라어 신약에서는 huios tou anthrōpou (사람의 아들)입니다.
- 문자적으로는 “사람”, “인간”이라는 뜻이며, 인간의 연약함, 필멸성을 강조할 때 종종 쓰입니다 (시편 8:4; 욥기 25:6 등).
하지만 예수님의 경우 단순한 인간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사용의 깊은 의미는 구약의 다니엘서 7장 13–14절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2. 다니엘서 7장의 인자: 하늘의 권세자
다니엘서 7:13–14
“내가 또 밤 환상 중에 보았는데 인자 같은 이가 하늘 구름을 타고 와서 옛적부터 항상 계신 이에게 나아가 그 앞으로 인도되매… 권세와 영광과 나라를 그에게 주고, 모든 백성과 나라들과 각 언어를 말하는 자들이 그를 섬기게 하였으니…”
여기서 ‘인자 같은 이’는 단순한 인간이 아니라, 하늘에서 구름을 타고 오는 초월적인 존재입니다.
- 권세와 영광과 나라를 받는다는 표현은 하나님께서 이 인자에게 통치권을 위임하셨다는 뜻입니다.
- 구약에서는 오직 하나님만이 이러한 예배와 섬김을 받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표현을 사용하신 것은 단순한 겸손이 아니라, 자신이 다니엘서에서 예언된 ‘인자’, 곧 하나님의 보좌에서 권세를 받는 종말적 심판자이며 구속자라는 선언입니다.
3. 예수님이 ‘인자’라고 스스로 칭하신 이유
① 하나님의 메시아이면서도 겸손한 모습
- 예수님은 왕이시지만, 겸손하게 인간의 몸으로 오셨습니다 (마 8:20).
- 인자라는 표현은 인성을 강조하면서도 하늘 권세자의 신적 정체성도 동시에 담습니다.
② 고난받는 메시아로서의 인자
- 마가복음 10:45: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라.”
- 고난과 죽음, 십자가의 사명을 나타낼 때 예수님은 종종 ‘인자’라는 호칭을 사용하셨습니다.
- 마가복음 8:31: “인자가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고 사흘 만에 살아나야 할 것을…”
이로 인해 ‘인자’는 단순한 영광의 왕만이 아니라, 고난받고 죽임 당하는 종의 이미지도 함께 품게 됩니다.
③ 종말의 심판자로서의 인자
- 마태복음 24:30: “그 때에 인자의 징조가 하늘에서 보이겠고… 인자가 권능과 큰 영광으로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보리라.”
- 예수님은 마지막 날에 심판자, 구원자로 다시 오실 인자임을 선포하십니다.
4. ‘인자’ 호칭의 독특성과 전략성
예수님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거나 유대인들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메시아’나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직설적인 호칭 대신 ‘인자’를 즐겨 사용하셨습니다.
- 당시 유대인들은 메시아를 정치적 해방자나 군사적 지도자로 기대하고 있었기에, 예수님의 사역(겸손, 고난, 죽음)과 충돌이 있었습니다.
- 따라서 ‘인자’는 그 오해를 피하면서도 예수님의 사역의 본질을 풍부하게 드러낼 수 있는 절묘한 자기호칭이었습니다.
요약
일반적 의미 | 인간, 사람의 아들 (연약하고 필멸한 존재) |
다니엘서 7장 | 하나님의 보좌에서 권세와 영광을 받은 자, 종말의 통치자 |
예수님의 사용 | 인성을 지닌 메시아, 고난받는 구속자, 다시 오실 심판자 |
예수님께서 스스로를 ‘인자’라고 부르신 것은, 단순한 인간이라는 의미를 넘어, 구약의 예언을 성취하며, 겸손히 고난당하는 메시아이자 종말의 주로 오시는 예수님의 정체성을 가장 풍성하게 담아내는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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