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아킴 예레미아스(Joachim Jeremias)의 논문 「여호와의 종」(Der Gottesknecht)은 이사야서의 ‘여호와의 종의 노래’(특히 이사야 52:13–53:12)를 중심으로, 이 본문이 신약성경과 초기 기독교 신앙에 어떻게 수용되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고전적인 신약학 연구입니다. 그는 구약 본문의 의미를 유대교적 배경 안에서 해석하면서도, 초기 기독교의 메시야 이해와의 연관성을 밝히고자 하였습니다. 아래에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연구 목적과 문제 의식
예레미아스는 이사야 53장이 초기 기독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해석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음을 주목합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 초기 교회는 어떻게 이사야 53장을 예수에게 적용하게 되었는가?
- 예수 자신도 이 본문을 자신의 사명과 연관지었는가?
- 이 본문의 신학은 유대교 전통 안에서 어떻게 이해되었는가?
2. 여호와의 종 노래의 구조와 신학
예레미아스는 ‘여호와의 종 노래’ 중 이사야 52:13–53:12을 중심으로 분석하며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강조합니다:
- 대속적 고난: 종이 자기 백성의 죄를 대신하여 고난을 받고 죽는다는 개념.
- 무고한 의인의 고난: 종은 죄가 없지만, 공동체의 죄 때문에 형벌을 받습니다.
- 죽음과 부활의 모티프: 종은 죽지만, 결국 높임을 받고, 하나님의 뜻이 성취됨.
이러한 사상은 유대교 안에서도 이례적인 주제로, 고전적인 메시야 이해(영광의 왕)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3. 예수와 여호와의 종 개념의 연결
예레미아스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이사야 53장의 종이 예수와 연결되었다고 봅니다:
- 예수의 자기 이해: 그는 예수께서 자신의 사역과 죽음을 이사야 53장의 ‘여호와의 종’의 소명으로 자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마가복음 10:45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라")는 그 핵심 구절로 여겨집니다.
- 초기 교회의 설교: 사도행전, 베드로전서, 바울 서신 등에서 이사야 53장에 대한 반영이 매우 뚜렷하며, 특히 대속 개념이 강조됩니다.
- 십자가 사건의 해석: 예수의 십자가 죽음은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하나님의 종으로서 구속적 사명을 성취한 것이라는 인식.
4. 유대교 내의 해석과 초기 기독교와의 차이
예레미아스는 이사야 53장이 유대교에서는 ‘이스라엘 공동체 전체’를 상징하는 종으로 해석되었음을 지적합니다. 그러나 초기 기독교는 이 구절을 한 개인(예수)에게 적용했습니다. 이 차이는 기독론의 발전과 밀접하게 연관됩니다.
5. 결론과 기여
- 예레미아스는 이사야 53장이 예수의 자기 이해 및 초기 기독교의 메시야론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 그는 예수의 고난과 죽음에 대한 신학적 해석이 무작위적이거나 사후적이기보다는, 구약 예언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밝힙니다.
- 이 논문은 신약학자들에게 초기 기독교 신학의 유대교적 뿌리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됩니다.
이 논문은 복음서, 특히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에 나타나는 고난받는 메시야 이미지, 바울의 대속 개념, 베드로전서에 드러난 그리스도의 고난 이해 등에 영향을 미친 구약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통찰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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