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고고학

플리니의 서한에 나타난 그리스도인

shadowlands 2025. 4. 2. 14:05

영 플리니(Pliny the Younger)는 61/62년-113년 시기의 로마의 정치가이자 서간문 작가로, 트라야누스 황제(재위 98-117년) 시기의 소아시아 비티니아-팡토스 속주 총독이었다. 그의 서한 중 하나(서한집 10권 96번 편지)는 초대 교회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중요한 역사적 기록 중 하나로 여겨진다.

플리니의 서한 (Pliny’s Letter to Trajan)

플리니는 비티니아-팡토스 속주에서 총독으로 일하면서,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그리스도인들에 대해 트라야누스 황제에게 보고하며 조언을 구했다.

주요 내용

  1. 그리스도인들의 증가
    플리니는 그리스도인들이 많아져서 이교(로마 전통 종교)의 신전이 버려지고 제물 의식이 줄어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기독교가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2. 재판 절차
    플리니는 그리스도인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서 황제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보고했다.
    • 피고가 그리스도인인지 직접 물어본다.
    • 세 번까지 기회를 주어 기독교 신앙을 부인하게 한다.
    • 황제 숭배(트라야누스 황제의 상 앞에서 제사를 드리게 함)와 전통 신들에게 희생 제물을 바치도록 강요한다.
    • 만약 이를 거부하면 사형에 처한다.
    • 단, 로마 시민권자는 로마로 송환하여 재판을 받게 한다.
  3.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모임
    플리니는 체포된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들의 신앙과 관습에 대해 조사했으며, 다음과 같은 점을 기록했다.
    • 그리스도인들은 특정한 날(아마도 주일)에 모여 그리스도를 신으로 찬양하고, 함께 음식을 나누며(성찬), 선한 삶을 살 것을 다짐하는 예배를 드렸다.
    • 불법적인 행위를 한다는 증거는 없었으며, 단지 기독교 신앙 때문에 처벌받았다.
  4. 트라야누스 황제의 답변
    트라야누스는 플리니에게 다음과 같은 지침을 내렸다.
    • 그리스도인들을 색출해서 고발하지 말 것
    • 그러나 신고되거나 정식으로 고발된 경우 조사를 진행할 것
    • 신앙을 부인하고 로마의 신들에게 제사를 드리면 처벌하지 말 것
    • 익명 고발은 인정하지 않을 것

이러한 답변은 로마 정부가 기독교를 공식적으로 박해할 의도는 없었지만, 기독교 신앙을 국가에 대한 충성 문제로 간주했음을 보여준다.

의의

  • 플리니의 서한은 1세기 말~2세기 초 기독교인의 실태를 전하는 가장 중요한 비기독교 문서 중 하나이다.
  • 초기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예배했으며, 당시 로마 정부와 어떤 관계였는지를 알려주는 귀중한 역사적 자료이다.
  • 이 서한을 통해 기독교가 단순한 종교적 신앙을 넘어 사회적으로 점점 더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기록은 초대 교회 박해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되며, 기독교가 로마 제국 내에서 점점 더 주목받고 있던 시기를 잘 보여준다.